저번 주는 내가 스스로
'칼퇴 주간'이라 정하고
최대한 일을 안벌리고 제 시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저녁이 여유로운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몸소 체험한 일주일이었다.
이 날은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언니와
저녁약속을 잡고
신당동에서 만나기로 한 날!
신당동하니 떡볶이가 생각났지만
그날따라 파스타가 땡긴다는 언니의 말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검색해보니
'오챠드1974'라는 곳의 후기가
많아서 우리도 가보기로 했다.
신당역에서 걸어서 도착했는데
걸어오는 길목엔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곱창집, 치킨집, 분식집 등등이
모여있어서 이 곳에
이렇게 세련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을 줄은
찾아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 같다.
가게는 세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의 따뜻한 분위기가
흘러 나왔고
벽돌과 원목으로 디자인된 벽면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유리면에 붙은 오픈 시간을 보니
휴무일은 없고
주중엔 11시 30분 오픈, 주말엔 12시 오픈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오후3시-5시에 있다.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주중 늦은 저녁을 먹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가게 내부는 보기보다 어둑했고
오픈형 주방 앞에 아기자기한 식기류가
진열되어 있어서 온화한 분위기가
배로 느껴졌다.
조금 둘러보니 여기엔
파란 타일로 디자인 된 화덕이 있었다.
(화덕 피자를 못먹은게 아쉽다.)
원목으로 디자인 된 벽면에
저렇게 귀엽게 인형이 벽에 박제(?)
되어 있었다.
실제 동물이 박제된 걸 볼 땐 무서움만
느껴졌는데 인형들로 하니 얼마나 귀엽고
보기도 편한지.
이렇게 가지런히 식기 세팅을 해두고
시킨 메뉴를 기다렸다.
저녁 시간이 늦어져서 주변에 살랑거리는
냄새에도 군침이 돌 정도의 상태였다.
우리는 리조또 하나와 오일파스타 하나를
주문헀다.
1. 스테이크 크림 리조또 (18,500원)
딱 봐도 크리미한 리조또였다.
부드러운 스테이크, 쫄깃한 버섯 두 종류,
가지, 쥬키니가 들어있었고
재료가 신선하고 알맞게 익어서
맛있었다.
치즈맛은 안나는 크림맛이지만
느끼해서 느끼한걸 꺼리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같다.
나에겐 첫 맛은 좀 짰는데
먹다보니 촉촉하고 부드럽게 잘 들어갔다.
사실상 금방 바닥을 보인 리조또다.
지금 보니 리조또 듬뿍 입안에 넣고
향과 맛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진다.
2. 엔쵸비오일파스타 (16,500원)
엔쵸비 뜻은 몰랐지만
이 집의 인기 메뉴라서 시킨
엔쵸비 오일 파스타.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엔쵸비는
영어(anchovy)이고 (영어인 줄도 몰랐다.)
뜻은 '멸치'라고 한다.
저기 오뎅처럼 보이는 건 구운 마늘이고
촉촉한 닭가슴살, 새우, 토마토 등등이
들어있었다.
이 파스타는 딱 먹었을 때
후추 향이 확 풍기고
제대로 오일리하면서
재료에 감칠맛이 칠해져 있어
면에 잘 감기는 맛이었다.
'엔쵸비'라는 게 서양식 염장 멸치(?)로서
감칠 맛을 더해주는 조미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멸치 맛은 하나도
나지 않고 특이한 오일 파스타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맘에 들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엔쵸비파스타를
또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양이 적을거라 생각했는데
다 먹으니 꽤나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한 줄로 평을 하자면
리조또는 크리미했고
파스타는 오일리했다.
양식이 땡길 때 먹고 싶은 딱 그 맛.
신선한 재료들이라는게
느껴져서 더 맛있게 먹었던 저녁이었다.
이렇게 인스타용 사진도 찍어줬다.
정사각형에 들어온 항공샷은
어떻게 찍어도 hip한 느낌이 있다.
여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하고 싶은
아이스 레몬 티!
음식에 후식이 포함된 가격이라
다 먹고 나니 아이스아메리카노 또는
레몬 티가 나온다고 했다.
배부르게 먹으니 좀 열이 올라와서
아이스로 시킨 레몬 티.
여느 카페에서 먹었던 맛보다
상큼하고 진하고 달아서
꿀맛이었다.
크리미하고 오일리한 거 먹고나서 마시는
소화기관을 차분히 진정시켜 주는
새콤한 레몬티가 정말 최고였다.
다 먹고 티 한잔 하며 오래 있을 수
있는 곳이라 더 좋았던 곳이었다.
By 래미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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